소소한 일상/영화평

택시운전사

kusson 2017. 8. 2.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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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택시 운전사가 개봉했다. 올여름 가장 기대되는 작품중의 하나로 군함도에 이어 또 한번 천만관객에 도전하는 영화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지난주 개봉한 군함도는 스크린 독점뿐만 아니라 역사왜곡에 대한 문제로 사람들 사이에 심각한 분란을 일으키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상태다. 또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면서 천만 관객을 넘어서는 것은 거의 확실시 되나 그 이후에도 일본에게 역공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으로 인해 두고두고 논쟁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늘 개봉한 이 택시운전사는 똑같은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만든 영화이지만 군함도 같은 역사왜곡이나 여러 시비거리 없이 오직 영화 그 자체만으로 평가받고 또 전 국민이 감동받고 힐링받을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위 사진은 영화에 쓰이는 정식 포스트는 아니나 영화를 본 관객들이 한마디씩 남긴 글들을 모은 사진이다. 이 한장의 사진에 영화에 대한 평가나 기록 평점 등등 모든 것을 유해 볼 수있는 정보들이 다 들어 있다. 나 또한 영화를 보고난 후의 감동을 한마디 추가하고 싶다. '전국민이 봐야 할 영화. 천만을 넘어 미래로'.

 

 

서울에서 택시운전을 하며 홀로 딸을 키우고 있는 김만섭이다. 송강호가 김만섭역을 맡아 광주에 갔다오면 10만원을 주겠다는 말을 듣고 돈욕심에 광주로 가는 택시 운전사역을 연기한다. 홀애비로 딸을 키우며 월세 10만원이 밀려서 다른 사람이 가기로 한 것을 새치기로 빼앗아 자기가 끼어 들었는데 그것이 일생일대의 사건이 되고만다.

 

일본에서 기자생활을 하다 대한민국 광주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트(토마스 크레취만 분:이후 피터)가 사업가로 위장해 경비가 삼엄한 광주로 잠입한다. 예비역 육군병장 김만섭이 능청스런 연기로 군인아저씨들을 구워삶아서 위기를 잘도 넘어간다. 사진에 나오는 택시가 당시 전국을 주름잡던  브리사다. 40여년 전의 일이기 때문에 내 기억에도 별로 없는 차종인데 어떻게 서울에도 브리사 광주에도 브리사, 수십여대의 브리사를 모았는지 신기하다. 뒤에 기사를 보니 일본에서 사왔다고 하네.

 

막 광주로 들어간 피터 일행은 트럭을 타고 광주시내를 돌고 있던 구재식(류준열 분)일행을 만나게 된다. 당시 언론에서 폭도들이 광주에서 폭동을 선동하고 있다는 소식만 보고 화가나 있던 광주시민들은 자신들을 취재하기 위해 외국 기자가 왔단 소식에 열렬히 환영하며 인터뷰와 취재에 응한다. 지금 518에 대해 남아있는 대부분의 자료는 이때 힌츠 페터가 촬영한 영상들이라고 하니 너무나 소중한 순간들이었다.

 

힌츠 페트 일행이 광주에서 우연히 만난 택시기사 황태순(유해진 분)의 집에서 하루밤을 묵게 된다. 꿈많은 광주대학생 구재식(류준열 분)은 왜 대학 갔느냐라는 물음에 대학가요제 나갈려고 대학갔다라는 말을한다. 지금은 사라지고 이름만 남아있지만 당시 너무나 유명했던 MBC 대학가요제를 추억소환하는 말이라고 생각된다. 송강호, 유해진, 류준열 3사람 모두 한번도 같이 연기를 해 본적이 없는 사이라고 하던데 노련한 배우들 답게 여러번 같이 호흡을 맞춰 본 것처럼 연기가 매끄럽고 자연스럽다. 류준열은 2015년 TV드라마 '응답하라1988'에 나와 갑자기 뜬 것으로 생각했는데 갑자기가 아니라 벌써 열다섯편 정도의 영화에 출연한 중견 연기자 급이다. 그런데 데뷔 연도가 2014년이니 응팔이후 갑자기 뜨기 시작했다고 말해도 또 될 것 같기도 한 배우다. 2~3년 사이에 10편 이상의 영화에 출연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얘기가 될 것이다.

 

 

이 두사람은 말이 필요없는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다. 그런데 20여년 정도 알고 지낸 사이라고 하는데 둘이 같이 출연한 영화가 한편도 없다고 하니 좀 이상한 일이기도 하다. 송강호가 선이 굵은 연기로 주로 주연 배우로서의 역을 맡았다면 유해진은 주연을 받쳐주는 조연으로서 많은 역을 소화했었다. 둘다 거의 1억 배우에 가까워 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이 둘의 조합만으로도 한국 영화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기억해 두고 싶다.

 

힌츠 페터 역을 맡은 토마스 크레취만은 독일과 미국을 오가는 세계적인 대배우다. 1985년에 데뷔해서 영화와 TV를 오가면 50여편의 작품에 출연한 경력이 있다. 내가 기억하는 영화만해도 피아니스트, U-571, 레지던트 이블, 킹콩, 작전명 발키리, 원티드, 카2, 히트맨, 어벤져셔:에이지 오브 울트론, 수용소에서, 드라큘라 등등 독일출신이지만 상당히 많은 작품이 우리에게 알려져 있고 크레취만을 처음 본다는 사람들도 어디선가 한번쯤 본적이 있는 익숙한 얼굴일 것이다. 케이블이나 TV 영화에서 알게 모르게 여러번 우리의 눈앞을 스쳐 간적이 있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된다. 토마스 크레취만도 처음 이 영화에 출연을 제안 받았을때 518과 광주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한국 배우들과 연기해 본 경험도 없이 무척 망설였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대본을 받아 보고는 자신 또한 동독에서 서독으로 탈출한 경험이 있고 남북분단이나 광주사태같은 일련의 일들이 자신의 과거와 많이 연결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오히려 자신이 맡은 역이 너무 튀지 않을까 고민을 하고 영화 전체에 잘 녹아들기 원했단다. 독일배우와 한국배우들 사이에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 여러가지로 힘든 점이 많았겠지만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광주의 아픔을 전세계에 알려야만 한다는 기자의 사명감을 잘 표현해 주었다.

 

엄태구가 갑자기 등장해서 나도 놀랐는데 송강호가 장훈 감독에게 개인적인 호감을 나타냈더니 바로 캐스팅이 이루어 졌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다. 1~2분 정도만 나오는 간단한 배역이었는데도 엄태구 특유의 날카로운 눈빛 연기를 볼 수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특히 사복 조장역을 맡은 최귀화의 연기도 훌룽했는데 시민들의 데모를 진압해야만 하는 진압군의 역을 무엇에 빙의된듯 실감나게 잘 표현했다. 영화 부산행 이후 TV와 영화를 오가면 다방면의 활동을 보여 주고 있는데 다음 영화에서는 좀 더 긴 배역을 기대해 본다.

 

 

 독일기자 피터를 태우고 광주를 탈출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들이다. 외국 기자자 광주에 잠입해 시위 진압현장을 촬영한것을 안 정보 당국이 그 외국 기자를 체포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 속에서 광주를 탈출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우리의 주인공 택시기사 김만섭에게 주어졌다. 혼자서 탈출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란 예상을 하고 광주 택시기사들이 지원에 나섰다. 광주의 현실을 세상에 알려야만 한다는 사명감을 안고 운전대를 잡은 광주 택시기사의 얼굴에 비장한 감정이 서려있다.

 

송강호가 언론 시사회에서 이 영화에 출연을 결정한 이유가 '마음의 빚'이란 말을 했던 것이 화재가 되었다. 마음의 빚.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누구가 가지고 있음직한 정확한 심리의 표현이 아닌가 생각한다. 80년도를 같이 보냈지만 TV에서 보도되는 대로 폭도들이 폭동을 일으키다 군인들에 의해 제압당했다는 보도에 안심했었다는 의도하지 않은 죄책감이 모두에게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한쪽에선 수많은 사람들이 군부정권에 의해서 유린당하고 있었는데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나라에 살면서 그것도 모르고 나쁜 정권이 보여 주는 대로 그래로 믿으며 안일한 삶을 살고 있었다는 마음의 빚이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있다. 그래서 우리는 깨어있어야 하고 정부나 사회에 대해서 감시하는 역을 한순간도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이다. 국민이 방심하는 순간 권력은 언제든지 다시 부패하고 부패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다시 사악한 짓을 저지르는 것이 역사임을 지난 세월을 통해서 똑똑히 배웠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촛불혁명 또한 이러한 일련의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택시운전사에는 군인들의 시위대 진압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꼭 필요한 만큼만, 정말 꼭 필요한 만큼만 최소한으로 나오면서도 광주의 아픔을 담백하게 진솔하게 표현한다. 그래서 더 아프고 마음의 빚을 한번더 느끼게 하는 영화다. 부디 이 영화로 인해 광주의 아픔이 이제는 깨끗이 치유되고 광주시민들도 힐링받았으면 좋겠다. 이제  광주의 아픔을 털고 내일을 준비해야 해야 할 때다. 우리를 둘러싼 주변 환경이 너무나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다. 국제 정세, 국내정치 상황, 경제문제, 청년 취업문제, 산적한 일들이 너무나 많다.

 

연기     : ★★★★★ 9점

오락성  : ★★★★☆ 8점

연출     : ★★★★★ 9점

스토리  : ★★★☆☆ 7점

 

그래서 제 종합점수요. ★★★★ 9 입니다.

예상 관객수 1200만 예상해 봅니다. 택시 운전사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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