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영화평

박열

kusson 2017. 7. 4.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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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열이란 인물에 대해서 알고있었던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나 또한 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박열이란 인물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다. 이준익 감독이 박열이란 사람에 대해 알고 난후 그 이야기를 20여년 동안 마음속에 꼭꼭 숨겨두었다는데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것 같아 아련해 지기도 한다. 아나키스트였기 때문이었을까 또는 방공이데올로기의 광풍에 휩싸인 시대 상황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제작비 때문이었을까 또는 다른 이유가 있었기 때문일까? 궁금해 지기도 하는데 어쨌던 이영화를 통해 또 한명의 독립투사를 알게 된 것이 큰 소득이라면 소득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1919년 3.1운동이 일어나고 얼마후인 1923년 일본 관동지방에서는 진도 7.9의 대지진으로 인해 수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한다.  일본 정부는 들끓는 민심을 잠재우기 위해 악독한 계략을 생각하게 되는데 바로 조선인들이 대지진의 혼란을 틈타 우물에 독약을 타고 사회폭동을  획책한다는 유언비어를 퍼트린 것이다. 이리하여 일본 정부는 도쿄, 가나가와 현, 사이타마 현, 지바 현에 계엄령을 선포 하고 군대와 경찰, 자경단은 수많은 인명을 학살했는데, 여기에는 약 6,000명 정도의 한국인도 포함되어 있었다. 민심이 어느정도 잠잠해 지자 또 일본정부는 대학살을 은폐하려고 획책을 계획하는데 이를 알아챈 박열과 그의 불령사 동지들은 일본정부와 정면으로 맞서게 된다.

 

 

 이 영화의 주인공을 맡은 박열역의 이제훈이다. 이제훈이 데뷔한 때가 2007년으로 10여년의 연기 경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동안 TV와 영화를 오가며 벌써 한 50여편의 작품에 출연한 중견 연기자가 되었다. 내가 이제훈 이라는 배우를 처음 알아보기 시작한 작품이 2011년의 고지전이란 영화에서 였는데 그 이후 2012년에 파파로티와 건축학 개론에 연이어 주연으로 출연하면서 연기운이 활짝 핀 배우가 되었다. 얼마전에 군대도 제대하고 이제 본격적인 연기자의 길에 들어섰다. 얼마전 인터뷰에서 자신의 20대 때에는 낙오자가 되기 싫어 더욱 연기에 메달렸다고 하던데 이제 그의 대단한(?) 연기 활동을 기대해 본다.

 

 이 영화에서 웃음이 터지는 포인트가 몇군데 있는데 이 장면이 가장 쎈 지점이다. 일본 법정에 처음 서게 될때 자신은 조선을 대표하여 법정에 서는 것이므로 관복을 입고 법정에 서겠다고 고집을 부려 결국 위와같은 복장을 하고 법정에 서게 된다. 누더기를 입고 도쿄거리를 활보하던 놈이 갑자기 고관대작의 관복을 입고 짠 나타나니 웃음이 터질 수 밖에.

 

 

 박열이 가네코 후미코와 만나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는  '나는 개새끼로소이다'라는 제목의 시다. 높은 양반들의 등살에 치이고 사는 민초의 삶을 뜨거운 시어로 표현한 이 시를 읽고서 후미코는 자신과 같은 처지를 안고 살아가는  박열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같은 삶의 아픔을 지닌 박열이 조선인 이라는 것은  후미코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가네코 후미코역의 최희서이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동주에서 잠깐 얼굴을 내비쳤으나 아직까지 사람들의 뇌리에 남는 작품이 별로 없는 상태에서 이 영화의 여자 주인공역에 캐스팅 되었다. 이제훈도 최희서가 아직 주연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조금 걱정이 된다는 인터뷰를 본적이 있는데 모든 이의 우려를 불식 시키고도 남을 연기력을 보여 주었다. 일본인인 것처럼 일본어를 구사하고 오히려 한국말을 일본인 같이 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조금 보이는 정도랄까. 박열과 같이 세상을 바꾸길 꿈꿨던 신념의 동지이자 연인이었고 일본인 이면서도 일본안에서 버림받았던 일본인의 아픔을 연기했다. 2017년 올해의 발견이란 수식어가 어울리는 새로운 뮤즈의 탄생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이준익 감독이 이 영화 촬영을 끝내고 본인이 가네코 후미코의 역을 잘 연기했는지 걱정하고 있는 최희서에게 했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앞으로 사람들은 가네코 후미코를 생각할 때 최희서 너의 연기를 기억하게 될 것이다"

 

 

 일본 내각의 내무대신 미즈노 역을 맡은 김인우다. 이 영화에서 가장 주목 받는 인물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없이 김인우를 뽑고 싶다. 나는 김인우라는 인물에 대해 잘 알지 못했었는데 영화를 보면서 일본인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로 뛰어난 일본어 실력, 배역을 소화해 내는 연기력, 상황에 맞는 표정과 발음등등 이 영화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인물이 김인우라고 말하고 싶다. 영화를 보고나서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국적이 일본으로 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재일교포3세로 아직 귀화를 하지않은 한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한다. 일본의 대표적 극단인 배우좌 출신으로  일본의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黑澤明) 감독의 영화 ‘꿈’에 출연할 수 있었다는 것을 자부심으로 삼고 있단다. 10여년 전 한국으로 건너와 굵직한 영화에서 일본인 악역을 맡으며 입지를 다져왔다. 암살에서는 기무라라는 일본고위 장교로, 동주에서는 고등계 형사로,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쌈 마이 웨이"에서는 병원장으로 이번 영화 박열에서는 내무대신으로 종횡무진 활약을 펼치고 있다. 한국으로 오면서 본인이 세웠던 목표가 “10년 내로 일본인 역할은 김인우를 써야 한다”는 인식이 생기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는데 그 목표가 이루어 진 것 같아 보는 입장에서도 뿌듯하다.

 

 

 다테마스 검사역을 맡은 김준한이다. 김준한은 2013년에 데뷔해서 현재까지 5편의 영화에 출연한 것이 다인 신인 배우다. 영화내내 일본어로만 말을 해서 혹시 일본인인가라고 생각했었는데 일본인은 아니고 한국사람이 확실하다. 누명을 뒤집어 쓰고 투옥된 박열을 취조하는 일본인 검사역을 맡아 인간적인 고뇌에 휩싸인 법조인의 갈등을 잘 연기했다고 본다. 박열이 말도 안되는 누명을 쓰고 감옥에 투옥되었다는 것을 박열도 알고 다테마스도 아는상황에서 그래도 일본 정부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 법조인의 양심을 곳곳에서 표현한다. 특히 중간에 한국말을 쓰는 장면이 한번 나오는데 그기서 또 큰 웃음을 주는 것도 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 중의 하나다.

 

 

 박열의 변호를 맡은 일본의 양심 변호사다. 아직 검색만으로는 이름을 알 수 없는 것이 아쉬운데 일본 제국주의 시대에도 일본내에 양심을 가진 일본인들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박열을 후원하기 위해 법조인들 뿐만 아니라 작가,  기자 등등 많은 일본의 지식인들이 여러모로 애를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일본 정부가 자신들의 비리를 철저하게 은폐하려고 노력했음에도 수십년이 지난 오늘날에 그들의 잘못이 낱낱이 밝혀지게 되는 것이 이 사람들의 노력때문이었음 알 수 있어서 숙연해 지기까지 하다. 누가 말했는지 잘 기억이 나진 않는데 박열에게 "진실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는 자는 일찍 죽는다네" 라는 말이 불현듯 떠오른다. 이 변호사가 한말이 아닌가 라고 생각되는데...

 

 

 

 

 박열의 동지 홍진유역을 맡은 민진웅이다. 요즘 TV와 영화를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는 탈신인이라고 해야하나. TV에는 2000년 말경부터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고 영화에서는 2013년부터 활동을 시작해 동주, 검은사제들, 재심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 주었다. 이 영화에서도 아래 사진에서 나오는 배제기와 함께 감초같은 역할을 보여준다.

 

 

 

 박열의 불령사 동지인 최규종역의 배제기다. 불령사 조직원들 중에서 가장 터프한 외모를 가진 친구인데 한번 보면 다시는 얼굴을 잊지 않을 정도의 매력을 보여준다. 아직 배제기의 필모그라피에 대해 알려진 바가 별로 없어서 아쉬운데 앞으로 강한 이미지의 활약상을 기대해 본다. 군함도에도 나온다니 그의 활약이 기대된다.

 

 조선에서 박열을 취재하기 위해 현해탄을 건너온 기자 이석역을 맡은 권율이다. 내가 권율을 처음으로 인식했던 때가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의 아들 이회역으로 나올때 였었는데 그 이후 TV와 영화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며 본인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 드라마도 20여편 가까이 출연했고 영화도 15편이 넘게 찍었다. 이제 중고참의 반열에 올라선것이 아닌가 생각이 드는데 이지적인 마스크에 의사, 교수, 법조인 등등 지적인 배역에 잘 어울리는 배우다. 영화 박열에서도 일본에서 고군분투하는 독립투사 박열을 취재하기 위해 조선에서 파견된 기자의 역할을 맡았다. 한국에 박열의 이야기가 전해질 수 있었던 것이 권율이 역을 맡은 이석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신문 한줄에 난 기사만으로 세상을 알아야 했던 암울한 시기에 일본에서 벌어진 박열의 법정 독립운동을 생생하게 고국에 전해준 공이 오롯이 이석을 비롯한 기자들의 몫이 아닐까?

 

 

 

 위의 사진이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가 감옥에서 찍은 사진이다. 마지막 사진이 될지도 모른다는 누군가의 말을 듣고 위와 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었다. 특히 박열의 왼손이 어디에 있는지 잘 보자. 연인사이가 아니면 취할 수 없는 포즈다. 후미코가 얼마뒤에 자살해 죽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위의 사진을 보고 타살당한것이 아닌가 라는 추측이 일었었다. 즉 이 사진을 찍고 잠시 같이 있는 틈을 타 임신을 했고 감옥에서 임신을 했다라는 이유 때문에 후미코가 살해당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었다. 이준익 감독도 이러한 추측의 개연성을 암시하는 여러 장치를 영화속에 배치해 두었다. 다음에 영화를 보시는 분들은 그것이 어떤 것인지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게 영화를 보는 방법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일본 제국주의의 의회을 이끌고 있는 내각 대신들의 모습이다. 모두다 일본어를 사용해서 리얼한 연기를 보여 주었다. 일본분들도 있고 한국 사람도 있다. 일본분들은 일본의 역사적인 잘못을 참회하는 마음으로 이 영화를 촬영했을 것이라고 믿는다. 정말 일본 제국주의의 대신들로 빙의한듯 본인들의 역할에 임해 주었다. 감사를 표하고 싶다. 이분들의 열정으로 인해 영화의 완성도가 한층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잔잔한 감동이 찾아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박열이라는 독립투사를 알았다는 기쁨이 하나있고, 일제강점기시대의 암울한 조선인의 삶을 너무 혹독하지 않게 담담하게 그려낸 감독의 솜씨에 또 한번 감탄하게 된다.

 

그래서 이 영화에 대한 제 점수는요

작품성:★★★★(8/10)

스토리:★★★(6/10)

연기력:★★★★(8/10)

연출력:★★★★(8/10)

 

종합점수: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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