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영화평

대립군

kusson 2017. 6. 1.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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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명품사극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대립군이 드디어 개봉했다. 기대가 되는 작품이었기에 개봉하자 마자 극장으로 달려가서 보고왔다. 영화를 보기전에는 대립군이란 말이 어떤 왕자의 이름인가 하고 생각했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는 조선민초들의 한이서린 단어란 것을 알게되었다. 대립(代立)이란 말은 조선시대에 역(役)에 동원된 사람이 돈을 내고 사람을 사서 대신 입역(立役)시키는 일이라고 한다. 대립은 군인뿐만 아니라 각종 직역과 직종을 가리지 않고 성행했다고 하는데 법적으로는 엄연히 불법으로 되어 있었지만 고단한 백성과 부역자들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조선후기 까지 근절되지 않고 계속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영화 대립군은 임진왜란 직전부터 임진왜란 초기 선조가 나라를 팽개치고 의주로 도망간 사이에 벌어졌던 일을 영화화 한 작품이다. 가족들의 입에 풀칠이라도 하고자 선택했던 대립군을 기간이 아직 남았다는 이유로 전쟁이 나도 끝내지 못하고 계속해야만 하는 민초들의 애환이 서려있다. 처음에는 불평과 불만으로 가득한 대립군이었지만 인간 광해의 진솔한 리더쉽앞에 목숨을 바쳐 충성하는 의병의 모습으로 변화한다.

 

 

 이 영화의 주연을 맡은 이정재와 여진구의 모습이다. 이제 막 청소년티를 벗은 여진구와 등장만으로도 스크린을 꽉 채우던 이정재의 조합이 신선하다. 도망간 임금을 대신해 백성의 민심을 수습해야 하는 초보 세자 광해와 대립군으로 북방지역을 떠돌다 어떨결에 세자의 호위병역할까지 맡게 되는 이정재의 모습이 그려진다.

 

 작년에 성년의 날을 맞았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는데 실제 광해의 나이와 여진구의 나이가 비슷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세자로 책봉되자마자 백성을 버리고 도망간 왕을 대신해 조선의 왕역할을 해야하는 청년임금. 책으로 배웠던 것이 전부인 구중궁궐속의 소년이 전란속에서 백성과 군대를 이끌어야 하는 급박한 상황속으로 내던져진다. 광해의 역을 맡은 여진구는 벌써 14편의 영화에 출연한 경력에 걸맞게 혼란스러운 전란초기의 허둥대는 모습과 곧이어 백성과 모든군대의 구심점이 자신임을 깨닫고 성숙한 군주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도 능숙하게 연기를 이끌어 나간다.

 

 영화 관상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수양대군의 포스를 보여주었던 이정재는 이 영화에서 북방 변경을 떠돌며 여진족의 침략을 막아내는 대립군 맏형 토우역으로 나온다. 여전히 넘치는 포스는 그대로이며 동생들을 잘 이끌고 온갖 전투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운다. 그러나 대립군 마감기한 한달여를 남기고 임진왜란이 발생하는 통에 대립군을 끝내지도 못하고 또다시 다른 전장으로 배치받게 되는데 그기서 초보임금 광해를 만나게 된다. 도망갈까 아니면 끝까지 남아 임금을 지켜야 하나 하는 갈등속에 수많은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결국 왕을 위해 생명까지 아끼지 않는 의병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정재의 발음이 광해의 수양대군에서는 화면에 잘 스며들어 듣기 좋았는데 이 영화에서는 어쩐지 장면과 겉도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하나의 옥의티라고 해야 할 것이다.

 

 

 대립군의 맏형 토우는 영화 초반에는 허둥대는 광해와 여러 가지 마찰을 빚게 되지만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서로 인간적인 모습에 이끌리게 되고 점차 군주의 모습을 찾아 가는 광해를 위해 목숨을 걸고 왕을 지치는 호위무사의 역을 자처하게 된다.

 

 

 요즘 충무로의 떠오르는 대세 여배우 이솜이다. 연기 경력 7년이 된 배우인데 요즘들어 인기를 얻으며 대세 여배우로 인정받고 있다. 173cm에 이르는 큰키와 모델같은 몸매로 여러 방송과 영화에서 얼굴을 알리고 있다. 이 영화에서는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 유일한 홍일점 시녀로 등장한다. 험한 산길을 헤매는 광해옆을 지키는 궁중 시녀로서 끝까지 광해를 떠나지 않고 곁을 지킨다.

 

 영화평가를 보면 '곡수'역을 맡은 김무열의 칭찬이 많다. 그동안은 차갑고 바른 사나이의 모습이 강한 배우였으나, 이번 대립군의 곡수는 이전 작품에서 보기 드문 다혈질과 인간미를 지닌 모습으로 등장한다. 나 또한 영화가 끝날 때까지 곡수가 김무열인지 모르고 있었다. 그 만큼 이전의 영화에서 보여 주었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연기를 보여 주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되는데 광해와 맏형 토우사이에서 긴장감과 흥미를 유발시키는 존재로 등장한다. 영화내내 이름이 '국수'로 들려서 재미 있었는데 나와서 포스터를 보니 '국수'가 아니고 '곡수'였다는 것이 포인터.

 

 

 내가 영화보는 내내 가장 흥미있게 보았던 캐릭터가 이사람이었다. 감칠맛 나는 연기도 일품이고 톡톡던지는 한마디 한마디가 웃음포인터였다. 어디서 본것 같기도 한 얼굴인데 머리를 여진족 병사의 모습으로 하고 나왔기 때문에 누구인지 몰라서 나와 찾아보니 박진환이었다. 여러 영화에서 얼굴을 알린 배우이긴 한데 저런 모습으로 나오니까 누구인지 몰라 보았다. 그러나 딱딱한 사극 영화내내 웃음폭탄을 던진 캐릭터로서 등장할 때마다 터지던 관객들의 웃음소리에서 또 한명의 오랜 무명 탈출 배우가 등장하지 않나 하는 기대를 해 본다.

 

 

 나이가 든 요즘 들어서도 끊임없이 출연영화의 리스트를 이어가고 있는 김명곤이다. 백성을 버리고 도망가는 선조의 피난을 끝까지 반대하는 충신으로서 또 어린 광해의 곁을 지키는 사부의 역할로서 어떤 사람이 조선의 충신인지를 보여주는 역할이었다.

 

 

 대립군의 최고 형님역을 맡은 박원상이다. 벌써 56편의 영화에 출연한 베테랑중의 베테랑인데 만년 조연으로만 출연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움이 드는 배우다.

 

 광해의 곁을 지키는 최후의 호위무사인 양사역을 맡은 배수빈이다. 주로 드라마에서 얼굴을 많이 본 것 같은데 영화에서 얼굴을 보게 되어서 반가운 인물이었다. 우직한 충군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목숨을 바쳐 광해를 지키는 마지막 순간이 눈물난다.

 

 도끼, 낫, 죽창을 들고 왜군들과 싸우는 대립군의 전력이다. 조총으로 무장한 왜군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무기들이지만 마음만은 일당백의 전사들이다. 조국을 침략한 적군과 맨몸으로 싸워야 했던 민초들의 애환과 한이 느껴진다. 임금은 백성과 조국을 버리고 도망가도 도끼, 낫, 나무 작대기만 가지고도 나라를 지켜야만 했던 선조들의 아픔이 느껴진다.

 

 출연한 한 배우가 지난 겨울 촛불 집회를 보면서 촛불을 드는 심정으로 이 영화를 촬영했다고 하던데 그 진심이 관객들에게 전달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러나 스토리전개의 진부함, 배우들의 발음이 주는 어색함등으로 인해 몰입하는데 상당히 애를 먹었고 또 영화의 주제또한 모호해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조금 걱정되는 영화란 평가를 해 본다.

 

그래서 제 점수는 요.

☆ (6/10)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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